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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열린독서복합문화공간 자원봉사
지난 11월 26일, 파주출판단지 내 지혜의 숲 '섹터2'. 벽을 따라 책이 가지런히 꽂힌 공간에 혼자 혹은 여럿이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속에서 책 읽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5명의 권독사들이 독서대에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읽고 있었다. 책은 지난해 완역 출간된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1'(열린책들, 2014)이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낭독회 모임을 갖는다.
2시간의 릴레이 낭독이 끝나고, 운을 뗀 사람은 박종일 권독사다. "오늘이 돈키호테 세 번째 낭독 시간인데요, 책이 두꺼워 처음에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어느새 200쪽을 넘겼네요. 다들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직업이 인문학 서적 번역가인 박 권독사의 물음에 박미영 권독사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혼자 읽기 어려운 고전을 함께 읽어보자는 데 목적을 뒀잖아요. 귀로 듣고 눈으로 읽으니까 머릿속과 마음속에 빠르게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요. 이것이 낭독의 힘인 것 같습니다." 10여 분간 대화를 나눈 후 회원들은 낭독회를 마치고 자연스레 권독사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권독사 모임은 지난해 6월 19일 '지혜의 숲'이 개관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혜의 숲은 파주출판단지의 중심 건물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부터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1층 로비까지 약 2500㎡ 규모에 거대한 독서문화 공간으로 조성됐다. '누구나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지는 경험을 365일, 24시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판사, 서점, 개인이 도서 기증을 시작해 1년 만에 50만여 권이 모였고 앞으로 100만 권 장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희귀 책은 기증자에 대한 설명도 해줘
사서가 따로 없는 지혜의 숲은 개관 전부터 권독사 모집 공고를 냈다. 성별·학력·나이 제한 없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된다는 자격 요건에 50여 명의 사람들이 지원했다고. 자원봉사로 이뤄지는 권독사는 현재 주부, 회사원, 은퇴한 CEO, 번역가, 파일럿 등 40여 명이 활동 중이다. 각자 주 1회 4시간씩 스케줄을 짜서 봉사한다. 모두 책을 좋아하고 지혜의 숲을 아끼는 마음이 크다.
이들은 지혜의 숲 곳곳에서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준다. 지혜의 숲 공간은 크게 세 군데로 나뉜다. 섹터1은 기증자 코너로 기증자가 평생 연구하면서 읽었던 도서, 전문 서적과 고서적을 만날 수 있다. 권독사들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안내해주는 곳으로 기증자의 인생과 책에 대해 설명해준다. 섹터2는 카페가 있어서 차를 마시며 출판사별 코너에서 책을 자유롭게 꺼내 볼 수 있다. 권독사 안내데스크가 있는 섹터2는 이용자가 요청하면 권독사들이 책을 찾아주거나 추천해주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독서를 체험하게 하는 곳이다. 섹터3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의 로비로 이어진다. 외국 서적, 국내 문학 서적이 있는데 유일하게 24시간 개방되는 독서 공간이다.
박미영 권독사는 "지혜의 숲이 실험적인 독서공간인 만큼 여기서 활동하는 권독사도 그 정의와 활동 내용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권독사가 할 일을 딱히 정해주지 않아서 스스로 일을 찾아갔단다. 장서가 많아서 책 정리가 주임무였다가 차츰 이용객에게 책을 안내해주는 일,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글맛을 깨우쳐주는 일로 활동이 확장돼 갔다.
요즘 그들이 실험해보는 것은 '책 낭독'이다. 이용객이 지혜의 숲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가운데, 박미영 권독사가 '고전 낭독'을 제안했다.
낭독회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목요일 오전 11시 '돈키호테1(열린책들)'을 갖고 지혜의 숲에 오면 된다. 또한 권독사는 경력·연령·성별 등의 제한 없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소정의 교통비가 제공된다. 자세한 내용은 출판도시문화재단 홈페이지(www.pajubookcity.org)에서 '권독사 모집 공고' 참고. 문의 (031)955-0062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07/2015120701020.html
조선닷컴
서지혜 행복플러스 리포터/정정현 행복플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