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접근성 늘리자" 권역별로 거점 도서관 만들고 그 밑엔 어린이 대상 등 '특화' 작은 도서관도 지어 전역 연결
파주는 '책의 도시'다. '글이 피어오른다'는 뜻을 담고 있는 파주시 문발(文發)동 일대에 조성된 파주 출판단지에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 700여곳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 해 전국에서 출간되는 책의 33.4%가 파주 출판단지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파주가 이제는 '도서관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파주시에는 14개 공공도서관, 55개 작은 도서관 등 총 69개의 도서관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어 시민들에게 책 읽을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30만권의 장서를 갖춘 '지혜의 숲'처럼 특색 있는 독서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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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같은 도서관 네트워크
파주는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시 전역에 공공 도서관이 3곳뿐이었다. 시는 2006년 교하택지지구, 2009년 운정신도시가 완공되면서 15만명이 새로 입주하자 이에 맞춰 도서관 숫자를 14곳으로 대폭 늘렸다. 파주시 면적(672㎢)은 서울과 안양을 합친 것만큼 넓지만 인구는 서울의 23분의 1(43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파주시는 도서관을 늘리면서 접근성을 특별히 고려했다. 멀어서 도서관을 다니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파주시는 문산읍과 금촌동, 적성·파평면 등을 '북부권'으로, 운정신도시와 교하지구를 '남부권'으로 묶은 뒤 권역별로 거점 도서관을 한 곳씩 세웠다. 거점 도서관 밑에는 분관 도서관을 만들었다. 거점 도서관은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 본래 역할을 맡고, 분관 도서관은 영어·어린이로 대상을 특화한 도서관 등으로 꾸몄다. 이 외에도 작은 도서관 55곳을 파주시 구석구석에 지었다.
도서관이 대거 건립되면서 파주시는 인구 3만1000명당 공공 도서관 1곳을 갖춘 도시가 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권장 기준(5만명당 1곳)을 훨씬 앞서고 있다. 이재홍 파주시장은 "파주출판단지만 해도 연간 생산 유발 효과가 3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파주를 경쟁력 있는 책의 도시로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같은 도서관, 책꽂이 빼곡한 카페
교하도서관은 파주 남부권에 세워진 거점 도서관이다. 13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교하도서관에는 매일 1762명이 찾고 있다. 윤명희 관장은 "인근 출판 단지에 입주한 출판사를 소개하는 기획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찾은 이 도서관 3층은 카페 같은 분위기였다. 창가 쪽으로 소파 10여개가 놓여 있고, 열람객들이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다. 서가 주변에도 테이블 하나에 소파 3~4개씩이 배치돼 있었다. 이 중 한 곳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3명이 책을 펴놓고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은철(59)씨는 "학창 시절 때만 해도 집 근처에 도서관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곳곳에 큰 도서관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14년 출판 문화 단지 안에 들어선 '지혜의 숲'도 파주의 명소이다. 이곳에는 개인·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 30만권이 진열된 책꽂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마치 책으로 이뤄진 숲에 온 느낌을 준다. 지혜의 숲에서는 24시간 책을 볼 수 있지만, 책을 빌릴 수는 없다